밖에서 밥을 먹는데
반찬으로 나온 마른멸치볶음이 맛나다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한식이 익숙한 만큼 역시나 참 어렵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반찬 제목은 멸치볶음 - 참 심플한데 실상은 어떤 사이즈 멸치냐 어떻게 볶느냐 뭘 넣고 볶느냐 하는걸로 멸치 두세마리 씹는 시간동안에 한 열댓가지 생각이 나고 그게 다 맛이 다르고 느낌이 다른거지. 잔멸치냐 소멸이냐 중멸이냐 간장은 진간장이냐 국간장이냐 고추가루 뿌릴거냐 말거냐 기름은 식용유인지 참기름인지 들기름인지 단맛은 설탕인지 물엿인지 올리고당인지 많이 달게 할건지 짭짤한걸 살릴건지 등등..
까르보나라 하면 분식점표(또는 회사식당표) / 홈메이드표 / 맛난 식당표. 정도밖에 생각 안나는거하고는 꽤 차이가 나는....ㅎㅎ
한식을 평균대비 상당히 덜 먹는 편에 속하긴 하지만 어쨌든 난 한국에서 살고 있고 멸치볶음은 말그대로 가장~ 흔한 반찬이다보니 아는만큼 보이고 느낀다고.. 결과물에 대해 훨씬 까다롭게 되는게 당연지사.
결과적으로 한식 만들기에 대한 심리적 저항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는듯 합니다.
예를 들면, 난 김치국을 기본적으로 안 먹는데 남푠이 좋아한대서 결혼 근 2년만에 처음 끓여봤습니다만.. 다시마에 무랑 양파랑 파랑 한시간 넘게 우려둔 채수에 김치랑 양파 넣고 전날 저녁에 한번 끓여냈다가 아침에 두부랑 파 넣고 다시 끓여낸 국을 먹으면서도, 이게 맛있는건가에 대한 확신이 잘 없다던가.
말이죠.
한식은 참 어렵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