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 봄에 부모님과 제주도에 놀러갔다가 마지막 들렀던 천??폭포에서 카메라를 떨궜습니다. 돌 밭에 서 있다가 허리 부근쯤 들었던 높이에서 퍼억. 카메라 아래쪽에 직경 5mm정도의 패인 자국이 생겼죠. 뜨악 해서는 켜봤습니다.
뭔가 드륵드륵. 초기 기동음이 요란하더군요. 일단 켜지기는 했습니다만 아무데나 화면을 맞추고 반셔터를 눌러보니 또 드륵드륵. 뭔가 이상했기 때문에 일단 꺼서 케이스에 넣고 제주도에서 돌아왔다죠. 집에 와서 다시 켜서 테스트를 해보니 역시 이상합니다. 초점 맞추는 데 걸리는 시간이 예전보다 좀 느린것도 같고, 접사 모드에서는 더 오래걸리고 더 요란한 소리가 나고, 가끔 엉뚱한데 초점이 맞기도 합니다. 일단 찍히긴 찍힙니다만, 찍어서 사진을 꺼내보니 왠지 미묘하게 흐리멍해보이는 사진들. 이거 큰일났습니다.
...만, 게으른 누군가에게 택배 접수는 안 받고 토요일에는 오전밖에 안하는데 용산 어딘가에 박혀있는 AS센터에 가는것은 정말 4주연속 결혼식에 가는것 만큼이나 엄청난 미션이었던 것. 그리하여 시간은 흘러흘러 어느덧 11월하고도 말, 다다음주면 그랑프리 파이널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힘들게 산 티켓인데 카메라가 없으면 그래도 쪼금은 아쉬울거 같다는 생각에 게으른 몸을 끌고 지난 토요일 드디어 용산에 나갔습니다. (연아야 여러가지로 고마워.;;;;;;)
쨌든. 그래봐야 게으름을 많이 탈피한 것은 아니라 택시까지 타고 아저씨의 시덥지않은 설교에 시달려가며 엉뚱한 뒷길로 돌아돌아 도착한 전자랜드.(...게으르면 돈이 나가는 법입니다 & 나쁜 택시아저씨. -_-;;) 서비스센터에 가서 접수하시는 분께 '카메라가 좀 이상해서 왔어요'라고 드디어 말할 수 있었죠.
'어디가 이상하세요?' '반셔터 누를때 소리가 굉장히 요란하게 나요' '어떤 소리요?' '이런거요. (시연)' '아, 그 소리요. 원래 나는거에요.'
......응?
'아니, 접사할때는 더 요란하게 나구요, 초점 잡는데도 좀 오래걸리는거 같구 그래요' '원래 그런 소리에요. 초점 맞추느라고 나는 소리니까..' '저기.. 제가 이걸 떨궜거든요. 꽤 높은데서...(소심..) 전보다 좀 이상한거 같은게...(웅얼)' '제꺼 보실래요? (동일 바디의 바로 전기종을 꺼내주는 AS접수 언니), 자요. 소리 똑같죠?' '아... 네... 그런거 같긴한데.... 정말 괜찮은건가요?' '그거 작동은 되죠? 초점도 잡히구요. 고장나면 아예 초점이 안 맞아요. 사진 잘 나오면 이상없는거니까 그냥 쓰시면 되요.' '그래도 전보다 좀 소리도 커진거 같기도 하고 그렇거든요' '떨어뜨리신 다음이라 신경쓰이셔서 그래요(단호)'
결론 : OTL;;;;;;;
그러니까 그동안 아무 이상 없었던(?) 카메라를 고장났다고 곱게 모셔둔게 반년 째. 라는 결론이 되는걸까나요. 사람의 기억이라던가 감각이라던가 참 못 믿을 물건이긴합니다만... 전 지금도 그 카메라가 예전보다 좀 요란해진것 같다구요! 예전에는 좀 더 뭐랄까 '스윽-' 하는 소리를 내면서 켜졌다면 지금은 '절걱철걱띡띡' 요런식으로..
....정말 기분탓인....걸까요..? 정말? T-T
작동은 일단 되고 있으니 - 좀 느린 것 같지만 - 일단 그냥 쓰면 되지만 말이에요... 그러니까.. 그게... 그런.....
그런 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