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님 글에 이어서 히요님 글
이제는 거의 포기하고 있는 '이성간의 친구 관계 유지는 과연 가능한가'라는 명제 관련해서 히요님 글을 보다가 생각나서 두드려 보기.
요새 들어서는 남녀를 불문하고 바쁘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피차간 거의 연락을 안하고 살아서 혹시 나는 왕따가 아닌가 하는 고민을 왕왕 하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중 고등학교를 여학교를 다녔고, 보통 친구는 고등학교때까지가 끝이라는 말도 흔하지만서도, 남자 천지의 공대를 거친 현재 친구라는 범위를 세어보면 남녀비율이 남자쪽에 좀 더 기울어져 있지 싶습니다. (많이 친한 친구의 경우는 중학교때의 친구들 - 그러니까 전부 여자 - 이긴 합니다만..)
개인적으로, 평균적인 남/녀 집단 중 어느쪽이 친하게 지내기에 더 편한가 하는걸 선택하라고 하면 단연 남자쪽을 고를 입장이기 때문에. 사실 저 명제가 '가능하다' 쪽으로 결론이 나 줬으면 좋겠습니다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되기 힘들다는게 지금까지의 경험상 더 맞지 않을까 하는데요. 현실적으로 그게 어렵겠구나 하고 깨닫게 된건 최근에서의 일이고 그 전까지는, 별로 자잘한데까지 신경 안 써도 되고 생각나는데로 말해도 대부분의 경우 신경질내지 않고 이것저것 물어봐도 잘 대답해주는 남자들쪽이 훨씬 더 편해. 하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남자애랑 둘이만 데이트코스로 놀러다니기, 손 잡거나 기대거나 매달리거나 업히는거 신경 안쓰기, 고민상담 포함 감정케어 해주기 등등. 친구니까 그럴 수 있지 뭘 이상한 의미를 부여하고 그래 하고 하고 싶은거 다했더랬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거 나름 여자라고 잘 대해준거에 들어가는게 아닐까라던가, 아니면 그 남자애들 생각이 '이 여자애 나름 편하고 독특(?)하네'가 발전해서 '연애해볼까'로 이동하고 있는걸 계속 깨닫지 못하고 또는 깨닫지 못한 척하고 끝까지 저 편한대로 행동했던걸까. 라던가.. 둘중 하나이지 않았을까 하네요. 어느쪽이던 바람직한 친구관계와는 약간 거리가 있는 까닭으로, 결국 이성간 친구놀이는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는 것이죠. 덧붙이자면 전자의 경우 공유공간(학교라던가 학원이라던가)이 없어지는경우 연락이 끊기고(제 게으름 탓이 큽니다만.;), 후자의 경우 속이 답답해진 남자쪽에서 먼저 질려하거나 또는 고백했다가 전혀 생각도 못했다는 엄한 거절을 받아들고는 멀쭘해져 소원해지는 그런 코스를 밟았습니다.;
그리하여, 경우는 많이 다르지만 돌이켜보면 저도 약간은(?) 재수없게 여겨지는 타입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중/고등학교때도 한 학년에 천명가까이 널린 여자애들이랑은 거의 안 놀고 틈만나면 교무실이나 학교 현관 등지에서 남자선생님들이랑 수다하는게 취미였는데. 어느 틈엔가 주변을 둘러보니 거의 전교생의 미움을 사고 있었다거나. 그 중 총각선생님을 사모하던 반 친구에게 얼결에 뺨 맞을뻔 하지를 않나.. 등등. 그런 기억도 있고.
반복학습에 의해 요새는 연애까지 발전할 생각이 없는 사람에게 그다지 사근하게 하거나 친절해진다거나 친한척 한다거나 하면 안된다는걸 알고는 있고 그래서 하지 않습니다만. 이미 한참 늦었겠지만 심정적으로는 여전히 저 명제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단말이죠. 안그러면 장래 혹시 같이 살 사람이(생길지 모르겠지만) 남편 역할에 얹어서 친구역할까지 하느라 얼마나 피곤하겠어요. 반대로 생각해서 (혹시나의) 장래 남편감의 female 친구에 대해서 너그러울 수 있을까 하는 문제로 들어가보면 그건 또 인내심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건 별도의 문제. 그렇지만 진짜 그렇게 된다면 그때는 장래 남편감을 단단히 꼬셔서 일단 심적으로 안정감을 찾은 후 너그러워지고 싶다는 욕심도 쪼금 들어요. 냐하하하.
그런 의미에서 요새 유학 준비니 고시준비니 취업 초년생이니 온갖 바쁜 생활 전선에 있는 그나마 남은 친구녀석들에게 연락이라도 해봐야겠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