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쓰기 싫어. 병에 시달리는 중입니다. 우중충한 날씨도 한 몫하고 있네요. 팔다리 어깨 허리 안 아픈데가 없(....그러니까 살빼야. -0-;;)다는 사태. 쿨럭.
원래부터 수다를 좋아해서 학교에서 10시가 넘어야 집에 오던 고등학교때도 가게 일로 12시 넘어 귀가하시던 어마마마를 붙들고 새벽 3~4시까지 뭔가를 떠들어야 직성이 풀리곤 했던 누군가에게, 대학시절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된 파란화면의 통신 동호회들은 실컷 떠들 수 있는 좋은 동네였더랬습니다. 몇몇 동호회와 소모임을 거쳐 알게 된 사람들도 많고, 부담없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서로 떠들어 가면서 즐겁게, 간간히 싸우며 지내곤 했다죠.
그런데 마지막으로 놀던 T모동이 폭파된 뒤로 거주하게 된 블로그라는 곳은 역시나 개인홈의 연장인 만큼, 성격이 많이 다른 듯 합니다. 이글루스 메인같이 블로그 제공 업체에서 묶어주는 시스템도 있고 올블로그나 등등 블로그들을 모아주는 곳도 분명히 존재하긴 하지만, '대화'라는 관점에서는 그다지 좋은 시스템이 못 되는 것 같습니다. 각자 하고 싶은말을 써서 던져두면 둥둥 떠있는 것들을 알아서 주워 읽게 되는.. 그런 느낌.
문제는 누군가가 반응이 바로바로 오지 않는 대화를 즐기는 타입이 전혀 못된다는 점에 있는데, 돌려 말하는것 못 알아듣고 궁금하거나 못 알아들은건 그 자리에서 물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에게 이 방식이 그다지 잘 안 맞는다는 점. 읽었음 → 응.. 이런 의견도 있군 → 난 이렇게 생각하는데.. → (보통은 여기서)끝. 돌아다니기도 나쁘고, 대상이 너무나 무작위라서 읽고 싶은 내용과 수준의 글을 찾는데도 오래걸립니다. 이 미묘한 프로세스를 커뮤니케이션 수준으로 끌어올리기에는 게으르고 만사 귀찮은 누군가에게는 장벽이 너무 높아요.
덤으로 장기 기억 메모리가 심히 나쁜 탓인지 예전일을 돌이키면서 이땐 그랬지 하는 취향은 거의 없는터라 일기쓰기는 초등학교 방학숙제 이후로 한 적이 없으니.. 일상 기록이라는 관점에서의 필요성도 그다지 높지 않고 말이죠.
당장 블로깅을 그만둬야겠다 등등을 생각하는건 아니지만, 무진장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댓글 놀이를 한 날과 그렇지 않은날의 방문자 수의 격차라던가, 그리하여 며칠 방치하면 확연히 썰렁해지는 느낌이라던가.. 주로 의견 교환이 활발한 것은 머리 아픈 이슈관련 내용일때 뿐이라거나. 등등. 역시 취향 아니야..라는 기분이 계속 들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커뮤니티 또는 카페 또는 동호회. 그다지 영역 확장에 부지런하지 않은 탓에 활동하는 곳은 몇군데 안되었지만서도 거의 10여년 잘 놀았었는데, 역시 지속적이고도 쉬운 대화를 위해서는 소속감이 필요한 것인지도요. 게으르지만 새로운 놀이터를 찾아봐야 할 때가 온 것 같기도 합니다. 그치만 이 나이쯤 되면 대화보다 먹고살기들 바빠서.. 잘 안 놀아준다는게 또 상당히 높은 장벽의 문제.
....게다가 마비하느라 시간이 안난다는. 으하하하하... 퍼억.; T동 폭파 지금도 눈물나게 슬픕니다. 쿨럭쿨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