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찍잤는데 왠지 피곤하고 기분도 별로인 상태에 rss 돌아봤더니 여전히 지속되는 '나랑 싸우자 디워'에 추가로 맘 상한 김에 또 업무시간에 포스팅. (...아무리 상사분들 죄 출장가셨다고 일거리 있는데 이럼 안되는데 말이죠. 이걸로 야근 확정입니다. 월급 날로먹어요. -_-;;) 취미로 하는 블로깅에 자꾸 맘 상하면 곤란한데 말이죠. 이게 다 이오쟁패가 나쁜(..퍼억. 이건 또 따로 언제 포스팅 하려고 생각중입니다만.;)
사람들이 악을 쓰며 싸우는 이유에 대해서 2071님의 의견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디워에 발끈하는 이유(2071님 댁에서 링크.) 한가지만 더 끄적여보고 이제 디워 이야기는 고만 하려고 합니다. 말마따나 거의 황우석 사태의 광풍과 닮아가는 이 이상한 열기가 아니었더라도 저는 영화 잘 보고 좋아했을 일일텐데. 괜히 이런저런 고민하고 있는게 좀 바보스러워지고 있습니다. 일도 해야하는데..-_-;; (어차피 유명블로거도 아니고 오는 사람 뻔하니 이제 고만 맘 상하고 일이나 하자. 라는 포스팅입니다.)
디워 특수효과가 사실 알고보니 미국 모 회사에서 몽땅 몰래 사온거더라 라던가, 또는 영구아트가 사실 유령회사였고 심 아저씨는 역시 또 모모회사에서 한국을 놀려먹으려고 세운 계획을 위한 하수인이었더라. 라던가 하는게 밝혀지면 결과적으로 황아저씨 사태와 동일한 결과가 되겠습니다만, 그런건 아닌것 같으니. 그러니까 지금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전부 반 지성이라고 판단하는 먹물이 있다면(?) 그건 좀 오버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막말 난무하는 키보드 워리어의 행동 자체는 좀 그렇습니다만, 그거야 항상 그래왔고 디워에 한정되지 않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모든 이슈에 대한 그들의 나름 일관적인 자세니까요. (원인 제공자는 아니지만 매번의 이슈에 기름도 모자라 화약을 던지는건 항상 이들이니 문제가 아닌건 아니지만요.)
어쨌거나, 디워를 보고 좋아하는 사람들도 CG만 빼고는 연기도 스토리 풀어나가는 세부 시나리오도 연출도 어색하다는것에 대부분 동의합니다. 저도 이 영화가 루카스 필름이나 스필버그 제작의 이름을 달고 있었다면 두 분이 망령나셨나 했을거고, 적어도 미국산 마크만 달려 있었어도 조조로 보지 않았으면 SFX에 꽤 너그러운 저도 돈이 아까웠을겁니다. 그렇지만 이 CG는 한국 기술, 국내 자본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조금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99년에(8년전이네요) 처음 파이널판타지 8의 오프닝을 동아리방에서 처음 보았을 때 - 학교 다닐때 그래픽 동아리였습니다. 전 3D는 어려워서(전 수학을 못 합니다.;)다른 친구들 하는것 구경만 좀 하고 포토샵과 플래시 쪼금 끄적하며 놀며 다녔어요. - 친구들의 첫마디는 '와 그래픽 죽인다. 멋진데' 가 아니라 입을 모아 'ㅆㅂ 스퀘어 저 미친 xx들.' 이었습니다. 누군가 '쟤네 그래픽팀 달랑 100명이라며' 하고 추가하자 한창 전시회 준비하느라 모델링과 애니메이션에 매달리던 시즌의 친구/선후배의 부러움과 애정어린(?) 욕설은 한층 더 높아졌더랬죠.
요새는 컴퓨터도 더 좋아지고 프로그램도 좋아지고 각종 편리한 플러그인들도 줄줄 나왔겠지만 그래도 원하는 형상을 현실감 나게 만들어서 현실감 나게 움직이는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요새 국산 게임 CG도 참 멋져지긴 했지만, CG의 주 배경이 각종 어색한 부분을 감추기 쉬운 밤에서 낮으로 나온것이 미국에서도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사람과 동물이 걷고 달리는 장면이 무중력스럽게 보이는 느낌이 덜해진것도 최근의 일입니다.
좋아진 컴퓨터도 좋아진 프로그램도 다 비싼 돈이고, 움직임 하나하나를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계산하고 필요한 플러그인을 자체 제작하고 등등등이 기술입니다. 그래서 제가 느끼기에, 전작 용가리의 퀄리티에 비하여 디워의 CG는 6년 걸리고(만들다 돈모으다 다시 만들다 했다고 하는데.), 700억 들어가고(장비, 컴퓨터, 인건비 + 삽질값, 아마 장비와 삽질값을 뺀게 300억이 아닐까 생각중입니다.) 했다는게 그렇게 크게 이해 안가지 않는 범위의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쪽은 영화를 예술로써 메세지 전달과 예술에 맞는 작품성과 상식적인(덤으로 우아한?) 홍보와, 같은 카테고리 내의 기존 작품들과 비교하여 평가합니다. 한쪽은 영화를 산업으로써 국산 상품의 경쟁력 확보와, 그에 따른 미래 가능성과, 얹어서 사업가의 노력으로 평가합니다.
어떤 대중예술 장르에서도 일정수준에 도달하기 전에는 저 두가지 관점을 동시에 만족시키지 못합니다. 첫번째 관점에서 일정수준은 커녕 아직 한참 모자라는 작품을 두고 양쪽이 서로의 관점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덤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왠지 돈이 걸린 문제는 천박하다고 취급하는 버릇이 있기 때문에 문화를 산업으로 다루면 분위기적으로 무식하다는 취급을 받는 분위기가 됩니다. 그러니까 좋게 본 사람들이 발끈(보너스로 막소리). 막소리 들은 상대방도 발끈. 그리고 디 워(The war) 무한반복. 접점이 없으니 끝이 안납니다.
한 개인이 고생해서 만들었다는 단순한 한 영화가 이렇게까지 이슈가 되는 이유가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던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저는 위에서 말한 기술적 관점에서 영화를 보고 나름 만족했습니다. 그 기술을 발판으로 괜찮은 시나리오를 가지고 좋은 연출가/감독이 영구아트 진영에 참가한다면 다음영화는 멋지겠다. 라는 기대도 생겼습니다. 디워는 현재 저에게 그런 가치를 지닌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국산이라는 것과 더불어 영화값 7천원이 안 아까운 결과를 나타냅니다.
제 눈에는 동네 아저씨 축구로 보일때도 많은 K리그도 걸핏하면 살리기 운동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현재 국내 팀 서포터즈를 바보 취급하지 않습니다. 그게 현재 우리 수준이고, 앞으로 나아질것을 기대하는것도 포함해서 즐기는 것이니까요. 왜 이 영화는 본사람들이 나름 만족했다는데 왜 다들 악을 쓰며 저런 무가치한 영화를 옹호하다니 쟤네 미쳤어. 를 외치는걸까요. =+=;;
p.s. 내셔널리즘 마케팅이 나쁘다고 하면, 일본 전화기 가져다 분해해서 공부해서 처음 '작동하게' 만든 80년대 싸구려 국산 무선전화기가 자국민 입장에서 나쁜건가요?(베낌 당한 측에서 보면 나쁜일입니다. 그러니까 요새 기술유출이 문제가 되는것이구요.) 그것은 분명 산업적 관점이며, 그걸 사서 쓰거나 말거나는 개인의 선택이고, 그거 품질 떨어진다고 말하는건 자유지만 그래도 국산이니까 하고 쓰고 있는 사람들이 바보거나 미쳤다라고 하는것은 나쁜겁니다.
태도적인 관점에서도 '닥치고 안 보는 놈은 매국노다'를 외치는 태도는 분명히 나쁘고 논리적으로도 말이 안됩니다만, 디워 찬성하는 사람들을 다 몰아 다 똑같은 족속, 또는 바보 취급하는 것도 분명히 좋은 태도가 아닙니다.
p.s.2. p.s.에 대해 써 놓고, 다시 돌아다니다 읽게 된 쓴귤 님의 글 을 링크해 둡니다. 애국심 마케팅을 조장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또 다른 관점으로 생각해 볼 수 있겠군요. 영화를 산업적으로'만' 보는것도 또 문제가 되는건 맞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