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어떻게 시키는 것만 하냐!"와 가사분담 (양파님 블로그 링크)
살짝 남자편 드는 포스팅이라고 하셨지만, 남녀 관계없이 좀 둔한 사람들 전반에 걸친 해당사항인 듯. 아는 사람들 모두가 인정하는 초 둔탱 눈치없음 + 게으름의 화신인 누군가로써는 상당히 공감가는 내용입니다.
누군가는 아직 부모님 집에 얹혀 살고 있는데 그다지 집안 살림에 손을 대지 않고 살고 있습니다. 정말로 최소한의 수준만 - 먹은 그릇 설겆이라거나 걸어가다 뭔가를 밟아서 다칠 위험을 피하기 위한 내방 청소라거나 - 하고 나머지는 오후 2시 출근 밤 12시 퇴근(...;) 하시는 어무이께서 다 하고 계시죠. 거실 청소 빨래 돌리기 꺼내서 널기 개기 부엌정리 밥 하기 반찬하기(집에서 밥 먹는 사람이 없으므로 가지수는 많지 않지만) 기타등등 기타등등. 어쨌거나 현재 제 머리속에서 우리집안 살림은 제 일이 아닙니다. 어무이가 밤 12시에 빨래를 개서 가져다 주셔도 방에서 게임질하면서 의자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쳐다보기만 하는 불효녀. (먼-산-)
저에게 이런 상황이 참 막 되먹었다는 인식이 없는것은 아니고, 나가서 따로 살면 해야겠거니 하는 생각도 하고 이제 와서는 경험치가 낮아서 요령이 좀 많이 없다 뿐이지 어려운 한식 요리 빼고는 대충 할 줄도 아는데도 불효녀 자세를 고수하는건 살림 전수 과정에서의 마이너스 강화의 전형적 케이스를 밟아서 피강습자는 벌헉& 배쨈 강습자는 포기&그냥 혼자 하고 만다로 결론이 났기 때문입니다. 어무이는 저에게 시키시는것 보다는 그냥 당신이 해버리시는게 맘이 편하신 것 같고, 전 그걸 존중해서 안 하는거지요. (펑.)
전 참 요령 익히는데 오래걸리고 눈치도 잘 없고(주변에 관심이 없으니까) 거기에 얹어서 극도로 게으르기 때문에 어지간한건 다 참고 넘어가고 살림 관련 필요성을 많이 못 느끼는 인종인데, 이런 형질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정말 궁금할 정도로 부모님(특히나 어마마마)께서는 피곤하다피곤하다 하시면서도 한시도 가만히 안 계시는 편인지라 전수 프로세스가 상당히 안 좋은 결과로 빠져버리게 된 듯.
예를 들어보면 이런겁니다.
1st) 어무이께서 청소를 시키셨음 -> 딸네미는 널려 있는 물건을 제자리에 놓고 바닥을 청소기로 밀었음 -> 어무이는 식탁을 안 닦았다고 혼내셨음
2nd) 어무이께서 청소를 시키셨음 -> 딸네미는 물건을 정리하고 바닥을 밀고 식탁을 닦았음 -> 어무이는 바닥 걸레질을 안했다고 (좀 얼룩이 있긴했음) 혼내셨음
3rd) 어무이께서 청소를 시키셨음 -> 딸네미는 물건 정리를 하고 바닥을 밀고 얼룩있는데를 걸레로 닦았음 (이번엔 식탁 닦는거 까먹었음) -> 어무이는 싱크대에 그릇 쌓였는데 설겆이 안했다고 혼내셨음
4th) 어무이께서 청소를 시키셨음 -> 딸네미는 물건 정리를 대충하고 청소기를 돌리고 설겆이를 대충 했음 -> 설겆이 물기 제대로 안 빠지게 쌓았다고 혼내셨음
5th) 어무이께서 안 시켰으나 혼자 집에 있던 딸네미는 쌓인(사실 지가 쌓은) 설겆이를 하고 하는김에 바닥을 밀었음 -> 어무이는 돌린 빨래를 세탁기에 방치했다고 혼내셨음
...아 이런, 타이핑 하다보니 눈물이 날려고 해. (응?;;)
주변에 관심이 없으니 어무이 하시는거 보고 어깨너머 배우기 이런거 못 하고, 둔하니까 머리카락이 방바닥 여기저기 널려있어도 뭉쳐져서 발에 밟히기 전에는 인식을 못하고 (요즘은 머리속에서 체크리스트에 따라 청소상태를 체크하기 때문에 좀 널려있으면 인식은 합니다.) 게으른게 더 우선이니까 뭉치가 발에 밟혀도 별로 불편한거 없으니 방치했던 어린시절...; (요즘은 그나마 보통 수준으로 의식 수준을 높이긴 했습니다. 쿨럭.)
그나마 저걸 꾸준하게 한 것도 아니고, 딸네미가 학교 다니는 시즌에는 손 까딱도 안하고 (휘발성 메모리는 안 하는 기간이 길면 95% 리셋 됨) 좀 한가한 방학에는 저 프로세스를 밟다가, 다시 시험기간이라도 되면 또 어무이가 다 하시다가 또 한가해지면 저 프로세스를 밟다가 취직해서 장거리 통근에 헤롱되니 또 배 째다가 이런식이니 몸에 익을리가 없지요. 누가 언제 쳐들어 와도 5분내로 민망함은 간신히 면할 수준으로 방이 유지되게 된 것도 최근에서야 겨우 된거고, 그 요령은 '최대한 안 벌립니다' 에 가깝지 '열심히 치웁니다'가 아닌 누군가.
^^;;
그래서 결론은.
같이 사는 분과 가사분담 하다가 동거인이 저같이 되는 사태를 맞이하지 않고 싶으신 분은, 이런 극단적인 케이스도 있다는 것과 플러스 강화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정말로 정말로 특정분야에 배우는게 느린 경우도 있단 말이죠. 프로그램 사용법이라던가 그런건 한번만 알려주면 알아서 나머지 하는데 말이죠. (꿍얼꿍얼...)
p.s. 저는 친척들 15명이 와서 먹은 식사 설겆이를 식탁 들여오고 과일 내가는 사이에 해치우는 경지에는 죽을 때까지 가지 못할거에요 아마. 저희 어무니가 절 보시면서 얼마나 속이 터지시겠어요. ㅎㅎ |
lakie
|
Track this back : http://lakie.me/trackback/2239005 |
|
|
|
|
Welcome to lakie's petit attic |
«
2024/12
»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
|
|
|
Total : 1125662
Today : 978
Yesterday : 562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