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동이 문 닫았을때, 저는 생각했습니다.
'이제 나 어디서 놀지.'
이글루스가 14세 개방을 한다네요.(이글루스에게 부치는 고언. 사태 관련 쓴귤님댁 글.)
다시 저는 생각합니다.
'이제 나 어디서 놀지.'
마비노기를 못 접는 이유란 간단합니다.
'길게라도 있어야 숨통 트고 살지.'
...
T동이던 이글루스던, 맘편하게 놀기를 나름 손쉽게 할 수 있게 해주던 일종의 울타리랄까, 세상에는 너무나 천차만별의 사람이 있고 모두가 비슷한 취향을 가지고 비슷한 기준의 행동패턴을 바라는건 넌센스니까요. 나랑 비슷한 사람을 찾아헤매다가 지쳐버리리면 곤란하니까 비슷한 집단이 모인곳이 제일 편하달까. 분명히 어딘가에 내가 좋아할만한 것이 있는건 어디던 마찬가지겠지만 모래밭에 묻혀있는 다이아 찾기보다는 그래도 사탕바구니에서 내가 좋아하는 맛 고르는게 훨씬 편하잖아요.
만화 / 애니 / 드라마시디 / 게임 / 라이트 노벨 / 드라마 / 영화 / 그리고 동인 계열. 감상하고 즐거워하는것이 1차적 취미라고 하면 카페나 커뮤니티를 포함한 웹 공간에서 같은 혹은 조금은 다른 관점의 의견이나 새로운 정보, 그리고 간간히 볼 수 있는 다른분들의 신변잡기 관련 이야기들이 오고 가는것을 즐거워 하는게 2차적 취미랄까요. 그러다보면 2차적 취미 - 그러니까 결국은 수다 - 에 열중해서 원래 본분(원작 관련 감상들, 그 커뮤니티의 원래 정체성)을 까먹어 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었고.
4차원이라는 소리를 아주 가-끔 듣는것을 제외하고는 학교 졸업하고 회사 취직해서 벌써 4년째 다니고 있는 현재에도 딱히 사회부적응은 아닌거 같은데, 통신질부터 시작해서 온라인 생활 1x년차, 놀 곳이 - 온라인으로 - 없는 생활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힙니다. 정서적 자립하지 못하는 어린애 심성인건지 모르겠지만, 역시 부담 많이 가진 않지만 간간히 오고가는게 즐거운 가벼운 인연에의 유혹은 쉽게 포기하기 어렵고 포기하고 싶지도 않은 부분이라는...
세상은 넓고 맛난 먹거리는 많으니 동네사람들이 서로서로 알아서 채워주던 사탕바구니는 내려놓고 나가서 맨발로 큰 시장을 헤집도록 하렴! 하고 들어봤자, 넓기야 무진장 넓고 잘 찾아보면 쓸만한것도 있을지 모르고 정말 운이 좋으면 정말 맛난걸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말이죠. 발바닥은 까슬하지요 햇볕은 뜨겁지요 사탕인줄 알았더니 돌맹이죠 바닥에 뭔가 반짝인다 했더니 유리조각 밟았지요. 어딘가 정말 맛난 케이크라는게 있을지도 모른다고는 하는데 이미 뒤꿈치 다 갈라짐 발바닥 피철철. 덴당. 안하고 말지. -_-; 나만 덴당 하는줄 알았는데 다른 사탕 나눠주시던 분들도 다같이 덴당 하시고 어디론가 사라지셨넹. 후우
지쳐서 안하는건 좋은데 이미 내가 좋아하던 사탕바구니는 휘익 던져버려서 이제는 안에 뭔가 알수없는게 들어있고. 달콤한 사탕 없는 인생 살아가자니 넘흐 입맛이 담백하지 않습니까. 울집에는 박하사탕밖에 없는데 그것도 좋지만 계속 혼자 그것만 먹고 있자면 질린단말이죠. 내 취향 사탕 비율이 꽤 높던 그런 바구니. 있었는데 이제 곧 쏟아질것 같은 그런 느낌. 이글루스 오픈에 대해 제가 느끼는 기분은 대체로 이런거라는.
30대 소심 오덕이 옹기종기한 사탕바구니 찾기가 정말 어렵다는.. 그 시장은 쉽게 돈이 안되니까 수익이 최우선인 더더군다나 대기업에게 그런거 바라는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건 알고 있지만. 나이먹고 술 아닌 취미 가지기 정말 어려운것 같네요. 후우. 그렇다고 놀기 위해서 꼬꼬마 초글링들이랑 눈높이 맞추기를 해야해! 이것도 좀 마이 아닌거 같고. 그렇게 아쉬우면 니가 왕골 베다가 바구니 짜서 사탕 채울사람을 모아보렴. 이것도 좀... (...좀..이 아니라 아예 능력 밖.)후우.
근데요. 그러면 앞으로도 40대 회사원은 휴가때도 집에서 할게 없어서 회사에 나오고 유일한 낙은 회사 돈으로 술먹는거고 부하직원 괴롭히면서 노래방에서 70년대 노래 리사이틀하고 50대 가정주부 빈둥지 증후군 이딴소리 나오고 그나마 쪼금 나을때는 친구랑 1년 반만에 만나서 애들얘기하고 애들 화제 떨어지면 할말없고 그집애가 공부 더 잘한다면 맘만 상하고(....) 그런 퍽퍽한 세상에서 살아야 하는건가요.
...전 제가 그러고 사는거 도저히 상상이 안되는데. 후우...;
p.s. 악플이나 무개념 퍼감만이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건 아니고, 집단 구성원이 너무 다양해지면 정붙이기 힘들어지는 생겨나는 넘사벽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세대차이랄까 생활환경 차이랄까, 이름 붙이기는 잘 못하는데 말이죠. 이글루스 돌다가 본 어딘가의 예시가 딱 적절했던 듯. 기억이라 정확하진 않지만, 대충 이런것이었음.
'하루종일 빡시게 일하고 회식 끌려가서 술 퍼마시고 부장님께 재롱떨다 지쳐서 집에와서 블로그 켰더니 최근 글 업데에 뜨는 '중간고사 공부 힘들어요' 라는 시크한 엔터 100번 5줄짜리 일기따위 보고 싶지 않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