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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싸우자~! 디- 워- (...제목때문에 이렇게 싸우는걸까요.;)

이 영화가 이만한 소란의 중심에 있을만한 것인지는 그다지 납득 안가는 부분이지만, 현재는 속칭 말하는 빠와 까. 양쪽 다 감정만 남아서 싸우고 있는것 같습니다.

(인터넷 싸움이 언제나 그렇지만 말이죠. 예전에 짜장면과 짬뽕을 예시로 넷 싸움의 양상을 정리했던 유머글이 있었는데.. 기억에 파란화면 시절이었는데.; 시간이 10년 가까이 지나도 나아지기는 커녕 익명성과 다수 참전을 무기로 더더욱 심해지고만 있는것 같습니다.)

저는 대충 이런식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특수효과가 화려한 - 뭔가 커다란게 나와서 열심히 부수거나, 비행기가 폭발하거나 건물이 무너지거나 - 영화를 좋아하는 A가 있습니다. A는 그래서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나 대작 일본 애니메이션을 자주 보는데, 그 와중에 우리나라에서 700억원을 들여서 SFX영화를 만든다는 소식이 들려서 '뭐 그래봐야 얼마나 되겠어' 라고 생각하면서도 한번 봐 보긴해야지 하고 약간의 기대를 가지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B는 전반적으로 장르를 안 가리고 다 보긴 하지만 그 중에서도 스토리나 메시지가 있는 영화를 더 높게 평가합니다. 그러다가 한국영화 평균 제작비의 열배가 넘는 무려 700억을 들여서 만들었다는 영화의 시사회에 갈 기회가 생겨 다녀왔습니다.

1)
B : 시사회 갔다왔는데, 스토리도 없고 연출도 무지 엉망이더라.
A : CG는 어땠는데?
B : CG는 괜찮긴 한데, 뱀인지 용인지 막 부수고 다니더라.
     근데 진짜 연출이랑 배우 연기랑 진짜 엉망이야.
A : CG 괜찮다며. 그럼 됐지.

- 그래서 A는 보러가고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네 하고, B는 공짜였지만 시간 아까웠다고
 투덜대면 보통은 여기서 끝입니다만.. 이건 한국영화입니다. 그래서(?) 계속됩니다.;;

2)
A : 우리나라에서는 그런거 한번도 안 나왔었잖아. 만든게 대단한거야. 감독도 고생했대.
B : 700억을 썼다며, 그 돈 쓰고 누가 못 만드냐?
     그돈이면 우리나라 다른영화가 몇편이고 독립영화는 더 해서 수백편 나올거고
     감독 고생은 그사람만 하냐? 돈이 너무 많잖아. (어쩌고 저쩌고 기타등등.)
     그리고 우리나라꺼라고 봐주는게 어딨냐? 영화는 작품으로 판단해야지!

블록버스터를 좋아하는 A는 애초에 많이 기대한것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보려고 했던 영화인데 보러가기 전부터 한참 잔소리 듣고 살짝 맘 상했습니다. 어쨌거나 보기로 했던거니 보고 옵니다. 들었던대로 스토리, 연출 매우 엉망이지반 CG는 그럭저럭 봐 줄만 한것 같습니다. 한참 불평 들으면서 기분 나빴던거 생각하면 꽤 괜찮은것도 같습니다. 그래서 B에게 할말이 생겼습니다.

3)
A : 뭐야. CG 꽤 볼만하잖아. 우리나라에서 이정도 한게 어디야. 넌 애국심도 없냐.
B : (화내는 A가 이해가 안갑니다. 화내는걸 보고 있으니 같이 열납니다) 그러니까 영화는 스토리라니까! 그놈의 애국심은 아무데나 갖다 붙이기는, 한국의 내셔널리즘은 지긋지긋해.
A : 그러는 넌 2002 월드컵때 응원 안했냐? 그리고 감독 고생했다잖아. 그사람 개그맨이라고 무시당하면서도 꿋꿋하게 만들었다는데. 인정머리 없는 놈 같으니라구!
B : 내가 왜 인정머리가 없냐! 그러니까 고생은 그인간만 하냐구. 영화하는 사람치고 고생 안하는 사람이 어딨냐. 전직 개그맨이라고 TV마다 나와서 설치는 꼴 하고는. 눈꼴셔서 원.
A : 스토리 있는 예술 영화만 영화냐? 잘난척은! 재수없어!
B : 야 이 펑펑 터지는 영화면 다 좋아하는 무식한 놈이 어따 재수없대!

- A. B 이하의 싸움전개는 아시는 대로. 현재 끝없이 달리고 있지요.
 
말을 곱게(?) 썼지만 대충 포인트는 그겁니다. 논리를 잔뜩 세워서 떠들고는 있지만 양쪽다 이미 감정 상했다 그거죠. 그리고 서로 중요시하는 포인트가 다르기 때문에 접점이 안 나옵니다.

오프라인에서는 대충 첫 단락. 잘해봐야 둘째단계까지에서 조금 서로 기분 상한걸로 끝나겠지만 온라인이니 3)을 넘어서 막막 달립니다. 영화관련 사이트 평점은 개봉전부터 그리 좋지 않고 여기에 감독님이 TV나와서 눈물 흘리시고, 영화에는 사족 엔딩롤이 달려있고, 나름 돈없고 서럽게 영화 많이 찍으신 독립영화 감독님도 한마디 하시고, 알고보니 그 님은 성적 소수자시고, 이런저런 종류의 기름이 부어지면서 잘도 활활 타오릅니다. 아무리 논리와 근거와 주장을 예쁘게 정리해서 들이대봐야 애초부터 취향은 달랐고 이미 상한 마음과 고집에 피차 설득될 리 없습니다.

영화는 재미로(그 재미가 펑펑 터지는 것이던 탄탄한 스토리와 연출이던 예술성이던 개개인마다의 재미는 다른거겠죠) 보는거니까요. 그정도면 만족하고 감독 노력도 가상하니 보겠다는 사람을 바보 취급하면 안되고, 또 반대로 재미없으니 안 보겠다는 사람에게 '이건 (니가 보기에)재미 없어도 봐야하는거야' 라고 윽박지면 안되는 겁니다. 개인적인 친분을 이용해서 살살 달래서 꼬시면 모를까 말이죠. 넷을 통해서는 이게 불가능하니까 단순한 주장이 싸움으로 발전하는 듯.

지난번 글에 썼던것 처럼 개인적으로는 A에 입장에 가깝고, 우리나라 출신의 뭔가 뽀대나는(=펑펑 터지고 부수는) 영화/애니를 보고 싶어하지만 원더풀데이즈라던가는 도저히 주변에 추천할 수 없었는데 이번에 디워는 나름 주위사람을 꼬셔봐도 욕은 안 먹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트랜스포머 보러가서 보았던 화면에서 눈을 못 떼던 꼬맹이들은 디워에도 똑같이 한마디도 안하고 열심히 보고 있더랬습니다. 배우들 연기에 어른들이 피식거릴때두요.

이 부근은 Kitano님의 글 에 명쾌히 써주셨으니 더 떠드는건 생략하고..

그래소 요는, 피차 상대방 좋아한다는데 그건 쓰레기라고 우겨봐야 점점 더 기름붓기밖에 안된다는 이야기일까나요.

이 소란에 대해 대체 뭐 때문에 싸우는지 좀 봐야겠다. 라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개인적으로는 영화 망하지 않을 가능성이 늘어나는 것이니 기뻐할텝니다만. ^^;;

p.s. '난 이건 싫어' 라는 의견을 '이건 나쁜거야' 라고 표현하는 사람이 참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는. 영화가 생필품도 아니고, 나쁜 이념 사상을 주입하는 영화도 아닌데 말이죠. 내 돈 가져다 투자해서 말아먹었다면 또 다르겠습니다만. (그 경우에는 내 돈 들어갔는데 말아먹었으니 나쁜거죠. ㅎㅎ)

p.s.2. 애국 마케팅에 대해서는 그거야 말로 왜 또 새삼스래..;; 혹여나 다른 작품은 다~ 애국 마케팅 안하는 상황이라도, 먹힌다는 보장이 있으면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마케팅 할겁니다. 영화감독이면 작품으로 말해라..라는것도 좋지만. 말마따나 700억 들어갔잖아요. 저같은 사람은 평생 구경도 못할 돈인데 망하면 날아간다는 생각을 하면, 제꺼도 아닌데도 뒷골이 땡깁니다. 욕 잠깐 먹는게 대수겠어요.

p.s.3. 영화적 완성도에 있어서 솔직하자면, 황혼을 등에지고 '우리가 지켜보겠다'하고 끝나는 (눈물나게 유치하다고 보자면 볼 수도 있는) 트랜스포머의 완성도 > 디워의 완성도 + 한국영화에 대한 다음을 위한 기대 + 드래곤 말고 용을 화면에서 본 기쁨. 정도 됩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만세를 얹어도 떨어지는게 맞긴하지만요. 전 SFX영화와 애니에 너그러우니까 그정도는 괜찮습니다. 안 너그러우신 분은 아니 보시면 그만. 그런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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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연우의 해가 지는 거리 2007/08/07 13:47 x
제목 : 이송희일 감독의 글과 디워를 둘러싼 반응을 보고
<div style="font-size:9pt; font-family:돋움;" class="view"><DIV class="view" style="FONT-SIZE: 9pt; FONT-FAMILY: 돋움"><DIV class="view" style="FONT-SIZE: 9pt; FONT-FAMILY: 돋움"><DIV class="view" style="FONT-SIZE: 9pt; FONT-FAMILY: 돋움"><DIV c.....more
Commented by 연우야 at 2007/08/07 13:55  r x
아. 의견 잘 봤습니다. 저는 의견이 A에 가깝네요.^^ 하지만 A의 이ㅡ견이 저렇게 감정적으로 디워를 비판하기도 보다는 조금은 원론적인 프로파겐다 부분에서 디워를 비판했었으면 좋아겠습니다. 제 관련글도 트랙벡 보냅니다.
Replied by lakie at 2007/08/07 14:53 x
연우야님께서는 B에 가깝다는 말씀으로 해석하고.^^ (이니셜 달린거 기억하기 힘들지요.) 트랙백 글 잘 읽었습니다.

심감독의 마케팅이 확실히 여론에 동정심 애국심 유발을 의도하고 있지만 이송희일 감독의 그 글은 언론 매체의 선동과 그에 대중이 몰려다니는 현상에 대한 비판이라기 보다는 그런 마케팅을 하는 심감독과 대중에 대한 직접적인 멸시와 비아냥으로 저한테는 읽힙니다.(그럼으로써 자신의 신세타령까지 행간에 얹는것 처럼 보이기도 하지요) 그런 식의 표현을 시도하면 듣는 사람의 감정이 상하고, 더 이상의 생산적인 논의가 불가능합니다. 커뮤니케이션의 방법으로써는 좋은 선택이 아니지 않을까요.

B가 좀 막 화내는것처럼 나타난건 제가 글재주가 없어서이기도 합니다만 지금 싸우고 있는 양상이 B가 주장하는 논리들을 다 치우고 나면 그렇게 보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물론 A가 좋아하는걸 보기도 전에 까였다고 머리에 피올라서 대놓고 욕하는게 잘했다는것은 아닙니다만.;

전 정치쪽에 관심이 없어 이번에서야 프로파겐다라는 용어를 처음 접한지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 용어가 이번에 쓰이는건 좀 핀트가 어긋난달까.. 영화 자체에 사용되기에는 조금 무겁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Commented by 음양 at 2007/08/07 14:59  r x
극장가서 영화보는걸 참 좋아하는편이라..(경제적상황을제외한다면) 극장에서 봤던 영화중에 재미없었다고 느낀건 거의 없었고.. (4인용식탁제외 보다가 뛰쳐나가고싶었슴..) 원래 sfX를 좋아하니.. A쪽인거 같기는 하지만 안본다는 사람한테 그러지는 않고.. 비슷한사람 찾아서 같이보러가는쪽이기때문에 ㅋ A랑은 좀 다른듯..
Commented by 냐궁 at 2007/08/08 00:42  r x
음..난 왕의남자가 1000만 넘긴게 이해가 안가..-_-
멀뚱...('')
Commented by lakie at 2007/08/08 11:12  r x
음양 // ㅎㅎ 안본다는 사람한테 뭐라고 하는건 안 좋지만, 일단 발단은 평론가들의 초 악평으로 시작한거니까...뭐.; 나는 한번 더 보고 싶은데 갈사람이 없다아.

냐궁 // 그렇게까지 열광할건 아니었던거 같은데, 시즌을 잘 탔던 탓도 좀있고.. 기억에 그거 개봉했을때 딱히 다른거 볼게 없었던거 같. 그리고 한동안 우리나라영화 조폭이랑 코메디로만 달리던 와중에 간만에 나온 로멘틱 멜로 or 신파였지. 게다가 동성애 코드 추가. 난 10번 봤다는 사람도 꽤 봤으므로.. 실제 관객수는 5~6백만수준이 아닐까 싶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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