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눈만 동그랗지만 나름 귀엽던 아이는 점차 커가면서 자신의 운명과 현실을 알아갑니다.
어렸을때부터도 파란만장했는데 해가 갈수록 파란만장을 지나 가혹해지는군요. 롤링씨가 원래부터 미리 다 스토리를 잡아놓고 써가고 있는 것인지 그렇지 않은지는 모르겠지만, 잘 보면 구석구석 따뜻하고 뽀송하던 이야기가 점차 스토리 위주로 달리기만 바쁜것처럼 보이는건 그동안 그녀가 세계 갑부에 올랐다는 것에 대한 제 편협한 질투일까요. -_-;;
오랜만에 갔던 회사 자료실에서 마침 눈에 띄었다는 이유로 1-4권을 빌려와 하루만에 다 읽어버리긴 했습니다만, 귀엽다거나 즐겁다거나 한 부차적인 재미도 별로 없고,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3권의 긴장감과도 거리가 좀 있고, 판타지 소설류에서 제일 안 좋아하는 지지부진한 현실반영도 꼬맹이들 주제에 전혀 귀엽지 않은 연애놀이라거나 가 높아져가는 그런 한권(우리나라에서야 1~4권이지만 원래 한권이니.;)이었습니다.
6권 나온지는 한참됐지만 그래도 예의상 접어놓기.
드디어 돌아가셨습니다. 교장선생님.
그리고 읽는내내 설마설마 했지만 끝끝내 결국 배신을 날리셨습니다. 저의(응?) 소심한 세베루스군. 이제 세베루스군이라고 안 부를거에요. 그렇게 부르던 분도 돌아가셨고 하니 애칭같은거 필요없을듯한 느낌. 성 말고 이름 부르는것 자체가 애칭같던, 제 머리속에서는 나름 귀엽고 재미있는 사람이었는데..;
이 이야기는 애초에 해리의 성장기였고, 한권에 한살씩 먹어가는 해리는 이제 곧 17살이 되어 졸업을 1년 앞두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머리속에서는 1권 봤던 이미지 + 1편 영화 봤던 이미지가 강했던가 봅니다. 서양애들 자라는 속도라던가 나이에 따른 그쪽 사고방식을 동아시아 복판에 사는 제가 체감하기란 어려운일이지요. 일 관계나 이런저런 계기로 외국인 보는것도 주로 어른들이고 아이들 볼일은 거의 없으니까요. (뭐, 곧 17살은 영국나이니까 우리나라식으로 치면 이미 18살.; 거의 어른이긴 하군요.)
그래도 같은 성장기라도, 이제 나에게는 부모님도 대부님도 사부님도(?;)없고 친구들은 연애놀이에 정신없으니 혼자 세계의 위기를 구해내야해 하며 피눈물로 여자친구를 차는 소년보다는, 부모님은 모르지만 주워 길러 가르쳐주신 친절한 사부님이 '이제 더 가르칠것이 없으니 하산하여 뜻을 펼치도록 하여라' 하여 펼치는 모험중에 이쁜 반려도 만나고 부모님도 찾는 이야기가 더 취향이란말이죠. 현실 사는것도 어려운데 책 - 그것도 심심풀이로 읽는 책 - 에서까지 고민하고 머리아프고 싶지는 않단말이에요. 한편으로 조금 더 쪼잔해보자면, 전세계 어린이가 목에 디스크 일으켜가며 - 책이 무거워서 -_-;; - 밤새 읽는 동화책이 이렇게 어두워져도 되는거야? 하는 소심한 걱정도 좀 들기도 합니다.
그동안 행간으로 그려오던 인물과 이야기의 분위기가 너무 많이 무너져서, 해리포터 다시 읽기는 어지간하여 힘든 일이 될 것 같습니다. 완결판 나오면 한번 읽고(아마도 한글판 어딘가에서 빌려서;) 원판은 책장에 잘 모셔둘래요.
그래도 7권 미국판 예약주문은 콜렉션 완성을 위해서 넣어야겠죠. 에휴. (결국 원서로 읽은건 3권과 4권의 1/4정도 일뿐. 나머지는 다 책장 장식용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늉늉.)
:::::::: 조앤 K. 롤링 지음 / 최인자 옮김 / 문학수첩 / 2005년 12월 |